200년 사이에 색을 잃어가는 산호가 된 ‘푸른 꽃’
독일 낭만주의의 상징 ‘푸른 꽃’과 기후위기의 바다를 하나의 무대에 겹친 창작뮤지컬 〈푸른 꽃〉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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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주제
‘푸른 꽃’을 찾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중세의 청년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바다에 잠겨가는 섬에 사는 오늘의 소녀입니다. 8월 13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푸른 꽃〉은 독일 낭만주의 작가 노발리스의 소설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200여 년 전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푸른 꽃을 찾아 떠나는 하인리히의 여정 옆에 ‘푸른 산호’를 찾아 나서는 소녀 크레타의 이야기를 새롭게 놓았습니다. ━━━━━━━━━━━━━━ ▶ 중세에는 ‘푸른 꽃’, 현재에는 ‘푸른 산호’ 중세의 청년 하인리히는 생애 첫 여행을 떠납니다. 상인들과 길을 걸으며 시와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그는 어느 날 꿈속에서 푸른 꽃과 그 안에 나타난 한 여인을 봅니다.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 하인리히에게 푸른 꽃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현재.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섬에는 크레타가 살고 있습니다. 크레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짝 언니 올리브와 산호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는 ‘푸른 산호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을 믿지만, 아빠를 비롯한 어른들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섬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결국 올리브마저 섬을 떠나자 크레타는 푸른 산호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두 사람은 만나지 않습니다. 크레타가 읽는 소설 〈푸른 꽃〉 속 인물이 하인리히이고, 두 시대는 직접 연결되는 대신 ‘무엇인가를 간절히 찾아 나선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비춥니다. ━━━━━━━━━━━━━━ 🌊 그런데 왜 ‘꽃’이 ‘산호’가 됐을까 노발리스의 ‘푸른 꽃’은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향한 그리움과 동경, 끝없이 먼 세계를 향한 마음을 품은 이미지입니다. 〈푸른 꽃〉은 그 상징을 2026년의 바다로 가져옵니다. 크레타가 찾는 푸른 산호는 단순한 판타지 아이템이 아닙니다. 실제 바다에서 산호가 백화현상으로 색을 잃어가는 현실과 겹쳐집니다. ‘언젠가 찾고 싶은 이상’을 상징했던 푸른색이 지금은 ‘지금 지키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의 색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작품에는 기후위기가 등장하지만, 재난을 설명하는 환경교육극의 형태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떠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어른들과 끝까지 푸른 산호를 찾으려는 아이를 나란히 놓고, 희망을 믿는 일이 정말 순진한 것인지 관객에게 되묻습니다. ━━━━━━━━━━━━━━ 📖 한 이야기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열린다 〈푸른 꽃〉에는 크레타와 하인리히의 두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인리히의 여행길에서는 상인들이 전설의 시인 아리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광부의 노래와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극중극도 펼쳐집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또 다른 전설과 노래가 나타나는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가 작품의 특징입니다. 배우들 역시 두 시대 사이를 오갑니다. 현재의 섬에 있던 인물이 중세의 상인이 되고 또 다른 존재로 변하면서, 같은 배우의 얼굴을 통해 서로 멀리 떨어진 시대가 겹쳐집니다. ━━━━━━━━━━━━━━ 🎭 크레타와 하인리히, 두 개의 ‘첫 여행’ 크레타 역에는 최은영·조소은·김소율, 하인리히 역에는 현석준·윤은오·김리현이 출연합니다. 올리브와 마틸데는 박란주·한재아가 맡고, 최호중·김지훈, 정연·이지숙·한보라, 원종환·김대웅이 두 시대의 여러 인물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극작·작사·작곡은 김경육, 연출은 박소영이 맡았습니다. 하인리히에게 여행은 처음 만나는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는 일이고, 크레타에게 여행은 모두가 포기하려는 곳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한 사람은 꿈에서 본 꽃을 찾아가고, 한 사람은 전설 속 산호를 찾아갑니다. 서로 200년 넘게 떨어진 두 이야기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만나는 셈입니다. ━━━━━━━━━━━━━━ 200년 전에는 ‘푸른 꽃’을 찾는 일이 닿을 수 없는 세계를 향한 동경이었다면, 2026년에는 그 푸른색 자체를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오늘 처음 무대에 오르는 〈푸른 꽃〉은 그래서 오래된 고전을 현재로 옮겨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어른들이 이미 늦었다고 말할 때도,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찾아 나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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