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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사랑해요

글자를 배우자 한 편의 시처럼 모습을 드러낸 인생

픽플러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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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인가요?
2명 참여

토론 주제

오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마지막 공연을 맞이했습니다. 제목처럼 오지게 유쾌하고, 노래가 시작되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작품. 김혜성 작곡가의 음악은 칠곡 사투리의 말맛을 살려 흥겹게 달리고, 무대가 끝난 뒤 싱어롱 커튼콜까지 이어지면 객석의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집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저 유쾌한 ‘할머니들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바탕으로, 경북 칠곡의 문해학교 할머니들이 직접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를 무대에 옮긴 작품입니다. ‘가시나’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내 이름 석 자를 적고, 글자를 읽고, 마음을 문장으로 옮기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기억과 바람을 시로 써 내려갑니다. 그렇게 탄생한 투박하지만 솔직한 시들은 노래가 되어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이 작품 속 할머니들은 누군가의 엄마나 할머니라는 이름만으로 남지 않습니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 억울했던 시간을 품고 살아온 사람, 이제야 자기 목소리로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사람으로 우리 앞에 섭니다. ‘가시나’는 어쩌면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막을 내리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남기는 건,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삶은 다시 설레고, 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든 노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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