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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의 SF, 무대에서 무엇부터 만날까

〈천 개의 파랑〉은 달리기를 멈췄고, 〈뼈의 기록〉은 죽음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하도시의 청춘들이 노래합니다.

Q.공연으로 만나는 천선란 작품, 가장 끌리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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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
뼈의 기록
뼈의 기록
이끼숲
이끼숲

토론 주제

[ 천선란 작품 PICK ] 9월 1일 오후 3시, 뮤지컬 〈이끼숲〉의 프리뷰·1차 티켓이 열렸습니다. 프리뷰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1차 예매분은 11월 1일까지의 공연입니다. 2023년 출간된 천선란의 동명 연작소설이 처음 뮤지컬 무대로 옮겨집니다. 그런데 공연계에서 천선란은 이제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천 개의 파랑〉이 연극과 가무극으로 만들어졌고, 올해는 〈뼈의 기록〉이 연극으로 초연됐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눈앞에 다가온 것이 〈이끼숲〉입니다. 로봇과 경주마, 안드로이드 장의사, 멸망 이후의 지하도시. 설정만 보면 전혀 다른 세 작품이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비슷한 곳을 향합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서로를 살게 하는가.’ ━━━━━━━━━━━━━━ 🐎 첫 번째 ┃ 〈천 개의 파랑〉, 꼭 그렇게 빨리 달려야 할까 천선란의 대표작을 하나 고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경마장.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야 하는 세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투데이의 연골은 닳아가고, 콜리는 처음으로 질문합니다. 왜 계속 달려야 할까. 천선란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시간에 갇혀 멈추는 법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2024년 국립극단의 연극과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으로 각각 무대화됐습니다. 같은 원작이 서로 다른 공연 언어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이후 가무극은 재공연됐고, 영화화와 웹툰화까지 이어지며 천선란 작품 가운데 가장 넓게 확장된 작품이 됐습니다. SF인데 기억에 남는 것은 로봇 기술보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마음. 천선란의 세계가 어떤 온도인지 알고 싶다면 가장 좋은 출발점입니다.

천 개의 파랑

2025-02-22 ~ 2025-03-07 한국 SF 문학의 대표작 천선란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무대화하여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부서진 휴머노이드와 상처 입은 이들이 건네는 눈부신 연대의 창작 가무극

━━━━━━━━━━━━━━ ⚰️ 두 번째 ┃ 〈뼈의 기록〉, 인간의 죽음을 로봇에게 맡긴다면 〈천 개의 파랑〉이 살아가는 속도를 바라봤다면, 〈뼈의 기록〉은 삶이 끝난 뒤의 몸을 바라봅니다. 주인공 로비스는 죽은 사람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장의사입니다.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기계가 수많은 인간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읽게 됩니다. 올해 4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된 연극은 장한새가 연출하고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로비스를 연기했습니다. 천선란과 장한새는 〈천 개의 파랑〉에 이어 다시 무대에서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천선란이 SF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작가는 〈뼈의 기록〉 공연 당시 “SF는 인간에 대해 묻는 장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미래의 첨단 장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한 생을 살았다는 흔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입니다.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자세히 바라보는 비인간 존재. 천선란 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시선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뼈의 기록

2026-04-04 ~ 2026-05-10 한국 SF 소설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의 세계관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인류가 떠난 지구 영안실 속 안드로이드 장의사가 묻는 삶과 애도의 SF 휴머니즘 연극

━━━━━━━━━━━━━━ 🌿 세 번째 ┃ 그리고 이번엔 〈이끼숲〉 이제 무대의 시간은 지하로 내려갑니다. 지상이 멸망한 뒤 사람들이 통제된 지하도시에 살아가는 미래. 마르코는 인공 별을 바라보고, 소마는 도시의 모든 소리를 듣습니다. 유오는 존재한다고 믿는 지상의 숲을 꿈꾸고, 의주와 은희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살아갑니다. 원작 『이끼숲』은 사랑과 상실이 연결되는 연작소설입니다. 세상이 이미 무너진 뒤에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잃고, 기억하고, 또 다른 사람의 손을 잡습니다. 그래서 〈이끼숲〉의 디스토피아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지상이 왜 멸망했는가’보다 그곳에서도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박해림이 극작, 리카 C가 작곡, 오루피나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마르코 역 송유택·현석준·홍승안, 소마 역 강연정·강혜인·전혜주, 유오 역 정욱진·이주순·이한솔 등 15명의 배우가 지하도시의 인물들을 나눠 연기합니다. 소설에서는 독자가 상상했던 어둠과 인공 별, 이끼와 숲이 이번에는 무대·조명·음악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갖게 됩니다. 특히 세 편의 연작으로 흩어져 있던 인물과 이야기를 한 편의 뮤지컬이 어떻게 연결할지가 가장 궁금한 지점입니다.

이끼숲

2026-10-01 ~ 2026-12-13 한국과학문학상·SF어워드를 석권한 천선란의 대표작을 무대화하여 통제된 지하도시 속 잊힌 인간성을 찾아 떠나는 창작 초연 SF 뮤지컬

━━━━━━━━━━━━━━ ▶ 로봇 → 로봇 → 그리고 인간들 세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천선란의 작품이 공연으로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도 조금 보입니다. 〈천 개의 파랑〉에서는 휴머노이드 콜리가 인간을 바라봅니다. 〈뼈의 기록〉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비스가 인간의 죽음을 바라봅니다. 〈이끼숲〉에서는 멸망 이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세계는 점점 더 미래로 가고 상황은 더 극단적이 되는데, 질문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으로 돌아옵니다. 너무 빨리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삶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천선란의 SF에서 기술은 주인공이라기보다 인간을 조금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 위한 렌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읽었던 질문이 배우의 몸과 목소리를 만나면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 〈천 개의 파랑〉으로 ‘멈추는 법’을 만나고, 〈뼈의 기록〉으로 ‘떠나보내는 법’을 만났다면 이제 〈이끼숲〉은 ‘남겨진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 법’을 노래합니다. 9월 1일 예매가 시작됐고, 10월 1일이면 지하도시의 문이 처음 열립니다. 공연으로 만나는 천선란의 세계. 여러분의 픽은 〈천 개의 파랑〉, 〈뼈의 기록〉, 〈이끼숲〉 중 어느 작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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